<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다이제스트
인류 문명의 변화는 단속적이다.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기술이 인류 역사를 바꿔 놓곤 했다. 종이, 화약, 인쇄기, 증기기관, 무전기, 전화기,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이 그랬다.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의 등장은 인류문명을 전혀 다른 형태로 바꿔 버렸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시대를 앞서가는 무기와 기술을 가진 자는 그렇지 못한 자들을 상대로 모든 이득을 갈취한다. 비즈니스 경쟁은 스포츠와는 다르다. 공평한 법칙이 없다. 누가 더 유리한 무기를 지녔는가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 개개인의 창의성이나 영리함은 부수적이다. 전쟁에서 이긴 측이 패배한 측보다 용기가 더 높고 두뇌가 더 우수하다는 논리는 절대로 맞지 않다. 다만 누가 먼저 새로운 무기를 발견하고 익혔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도 신무기는 계속해서 발달하고 있다. 최고 성능의 무기를 먼저 자신의 무기로 삼는 자가 전쟁에서 승리한다. 지금 내가 지닌 무기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최신 무기인지 매일같이 점검해야만 한다. 그리고 만약 상대보다 약한 무기를 가졌다면 싸움을 피하고 협상의 길을 찾아야 한다.
기술발달은 새로운 도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게임의 법칙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식물과 달리 동물은 두뇌를 지녔다. 또한 자기 의도대로 움직이는 능력이 있다. 위험이 닥치면 몸을 움직여 피하고,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먹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이때 동물은 머리를 써야 한다. 위험을 피하려면 어떤 위험이 닥쳐올지 미리 살펴야 하고, 먹이를 찾으려면 길을 나서기 전에 먹이가 있을 만한 곳을 추정해 봐야 한다. 온갖 경험과 지혜를 동원해서 앞일을 미리 살피고 추리하는 일이 머리가 하는 일이다.
일상에서도 우리는 매 순간 조금 후에 벌어질 일을 대비하면서 살아간다. 해야 할 일과 약속을 미리 챙긴다. 하루의 일도 챙기고 일주일의 일도 챙긴다. 한 달 동안 해야 할 일도 챙기고 1년 동안 해야 할 일도 챙긴다. 적어도 수년 앞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미리 생각해 보는 것과 멍하게 사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맨 정신이라면 누구나 앞일을 내다보게 되어 있다. 두뇌가 할 일이 바로 그런 일이다. 문제는 사람의 두뇌는 자신이 겪은 경험과 믿음에 의해 편견을 만들고, 쉽게 사고를 닫아 버린다는 점이다. 착각과 아집에 묶여서 사물의 본질을 다 보지 못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일부만 보는 오류를 범한다. 학식이 높고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편협한 사고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들은 자신이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현상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세상의 모든 현상을 자신의 시각 속에 몰아넣고 해석한다.
오늘날 세상의 지식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너무도 많은 지식들이 새롭게 등장하기 때문에 일일이 다 학습할 시간을 낼 수가 없다. 두뇌 능력도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다. 결국 대부분의 새로운 지식을 경험하거나 학습하지 못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새롭게 등장하는 지식들 중엔 내가 경험한 지식과 완전히 대치되는 지식도 있다. 살아가면서 그런 새로운 지식들을 마주치고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부딪힌다 해도 이미 경험한 지식에 가중치를 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철 지난 지식이나 경험에 의해 오판을 저지를 위험에서 다소나마 벗어나려면 평소에 다양한 시각을 갖는 훈련을 해 보는 수밖에 없다. 편견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관점을 찾는 방법이다. 미래를 조명해 보고 다양한 관점을 검토해 보는 훈련은 미지의 상황에 대처하는 힘을 기르게 해 준다. 그러기 위해선 궁금한 일들에 관해 미리 생각해 보고 관찰하고 실험해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개별적인 사건들도 분류하다 보면 어떤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패턴들의 윤곽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그려 보면서 인과관계를 유추하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현상들과 만나게 된다. 드러나지 않아서 관찰이 어려운 패턴들을 찾아내는 관점의 훈련이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다. 미래를 살핀다는 것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맞춘다는 말이 아니다. 여러 가지 시각으로 현상을 들여다보자는 의미다. 그러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관점들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 다양한 관점과 폭넓은 이해력으로 새로운 현상을 살피다 보면 비록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일들이라도 낯설게 느끼지 않고,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닥칠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과 기술 환경을 현실적인 시각에서 정리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의 세상
3년 후 나의 하루
집을 나서 한강 다리를 넘어서려는데 승용차 OLED 대시패널에 알람 메시지가 떴다. 사무실 빌딩 주차장의 여유 공간이 20%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신호다. 주차 공간 예약 시스템이 가동된 이후로는 주차 공간 변화가 실시간으로 통보된다. 좀 귀찮긴 하지만 주차를 하느라 주변을 맴돌 필요가 없어져서 편리하다. 버튼을 눌러 예약을 한다. 시스템이 나에게 할당된 위치를 통보한다. 오늘은 오후에 외부에서 회의가 있으니까 오전 시간만 예약한다. 주차 비용은 자동 산정되어 월말 정산하게 되어 있다.
최신형 자동차를 구입한 후론 운전을 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운전대 조작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속도 조절이니 코스 선택이니 하는 것은 모두 자동차가 알아서 해 준다. 차량 주위 360도 모든 방향의 상황 변화를 자동으로 인식해서 대처하는 자율주행기능을 장착한 차량이다. 도로 상황과 교통신호, 다른 차량의 위치까지 전부 챙겨 가며 대응한다. 목적지까지의 전체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주행 코스도 제시해 준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자동차의 가이드에 따라 이리저리 차선을 변경하면서 앞차를 따르는 것뿐이다. 편하게 차선 변경이 가능한 타이밍을 미리 신호해 주는 건 물론이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있고, 수동운전을 선택하면 직접 작동시킬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자동차가 사람보다 더 꼼꼼하게 교통 상황을 살펴 최적의 속도를 내 주기 때문에 빠르면서도 안전하다. 사실은 100% 자율운전도 가능하지만 운전의 즐거움을 양보할 수 없어서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내 운전이 자동차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 앞유리창에 경고 메시지가 뜬다. 자동차가 안전을 지키는 시어머니 역할을 한다.
최근 나는 식도락에 빠져 있다. 저녁마다 친구와 어울려 맛집 사냥에 나선다. 오성전자가 개발한 고어 선글라스를 쓰고 식당가를 활보하면 고어 글라스가 수시로 삐삐거리며 오늘의 특선 메뉴를 멋진 사진들과 함께 알려 준다. 식당에 설치된 비콘(세밀한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각종 할인 정보, 모바일 결제 등 다양한 생활 분야와 관련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으로부터 날아온 알림을 보니 오늘의 추천 요리 세트가 30% 할인 행사 중이란다. 친구들과 떠들면서 식당가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오늘 저녁 최고의 메뉴가 결정된다. 한때는 친구들과 만나도 매번 같은 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만 선택하곤 했는데 사물인터넷 시대가 된 후로는 이런저런 음식을 다양하게 맛보는 도락을 즐기게 됐다.
저녁 식사 중에 아내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가까운 주말에 제주도에 가려고 찾고 있던 1박 2일 여행 패키지 이야기다. 아이들까지 합쳐 네 식구 왕복 60만 원 이하로 옵션을 걸어 놨는데 자리가 났다고 한다. 요즈음엔 대부분의 물건을 인터넷 입찰로 구매한다. 내가 제시한 조건에 맞는 경우에 거래가 성사되는 시스템이다. 모든 구매가 그런 식이다. 마트에 직접 가지 않아도 고어 글라스 위에 상품의 입체 정보가 뜨고 비교 상품이 자동으로 추천되므로 안심하고 자동구매를 할 수 있다. ‘구매 확인’을 누르면 미리 등록된 계좌에서 대금이 인출되고 물품은 집으로 배달된다. 우리 가족의 구매 패턴은 이미 인터넷 만물상점인 마마존에서 다 알고 있다. 또한 마마존은 내게 언제 무슨 상품이 필요한지 먼저 알고 구매해야 할 상품을 추천한다. 심지어 지금 부모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려 주기 때문에 그때를 놓치지 않고 구매하면 효자 소리도 듣는다. 기업은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여 항상 소비자 맞춤형으로 판매하는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부모님은 온실 농사를 지으신다. 첨단 유리온실에서 모든 관리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날씨 정보에 따라서 차광막이 자동으로 열렸다 닫히고 정해진 시간에 배양액이 작물의 뿌리에 양분을 공급한다. 물도 마이크로 워터링이라는 기술을 통해 정해진 양만을 규칙적으로 뿌려 준다. 이렇게 자란 작물과 과일은 자동으로 수확되어 농업유통공사에 전량 납품된다. 농업유통공사는 전국의 농산물 수요량과 공급량을 자동으로 대조하여 농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농민들은 그 정보에 의거해서 생산량을 조절한다. 덕택에 농산물 가격이 들쑥날쑥하는 일이 없다. 항상 수요보다 약간 여유가 생길 만큼만 생산하도록 중앙에서 집중 관리하고 생산에 여유가 생기면 대체작물을 재배하도록 한다. 모든 농산물은 생산지에서 소비자 가정까지 유통 이력이 기록되고 유지된다. 소비자가 언제든지 필요한 양만큼만 이것저것 모아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저녁 시간에 집으로 자동 배달된다. 집 안 냉장고에 보관된 음식은 항상 신선하게 유지되며 냉장고가 알아서 유효기간을 관리해 주기도 한다. 음식물 포장지에 부착된 태그정보를 냉장고의 마이크로 칩이 무선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내가 집에서 번잡하게 요리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음식 배달 시스템이 잘되어 있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위생적이고 저렴하기 때문에 배달 음식을 애용한다. 이 음식에는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디지털 데이터가 제공된다. 주문할 때 지정한 섭취 칼로리와 식단대로 맞춘 음식이다. 끼니마다 섭취하는 칼로리 관리가 잘되고 음식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서 좋다.
유아원에 다니는 2살짜리 아들의 책은 모두 말하는 책이다. 책장만 펼치면 엄마 대신에 예쁜 목소리로 문장을 읽어 준다. 워낙 재미있게 읽어 주니 아이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노래가 나오고 동물 소리도 나와 숲 속 놀이터가 따로 없다. 웬만한 장난감에는 모두 대화형 기능이 있다. 아기가 건들면 아프다 하기도 하고 깔깔거리고 웃기도 하니 장난감과 대화하면서 말을 배울 수 있다. 유아용 고어 글라스를 끼고 3차원 공간에 들어가서 가상 패널을 조직하면 이솝우화 속의 동물들 이야기를 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에 아이들이 끼어들어 전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즈음엔 엄마들 사이에서도 TV 연속극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하는 것이 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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