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의 <도덕 계보학> 다이제스트



  『도덕 계보학』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도덕이론의 발생사가 아니라, 도덕 혹은 가치의 자연발생사이다. ‘하나의 논박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도덕적 편견의 기원에 관한 논의를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계보학을 통해 가치의 발생과 변형, 역사적 변화 과정을 추구해 들어간다.

  제1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심리학’은 『선악의 저편』에서 구분한 주인의 도덕과 노예의 도덕이라는 2가지 도덕 유형을 염두에 두고, 가치의 대립에 관한, 즉 ‘선과 악’ 그리고 ‘좋음과 나쁨’의 발생 기원에 대해 해명하고자 한다. 제2논문에서는 ‘양심의 심리학’이 다루어지고 있다. 니체에 따르면 “양심이란 인간 안에 있는 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밖으로 배출될 수 없을 때 안으로 방향을 돌리는 잔인성의 본능”으로, 또한 문화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제3논문에서는 ‘성직자의 심리학’이 다루어진다. 여기에서 니체는 서양 종교와 도덕체계, 과학과 철학에 대한 금욕주의적 이상의 관계를 문제시하고, 성직자 뒤에서 신이 활동했기 때문이 아니라, 금욕주의적 이상이 지금까지의 유일한 이상이었으며, 경쟁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인류는 “아무것도 의욕하지 않는 것보다 무를 의욕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니체의 『도덕 계보학』
  니체는 『도덕 계보학』을 실스 마리아에 6번째 체류하던 시기(1887년 6월 12일~9월 19일)에, 보다 정확하게는 1887년 7월 10일~30일의 스무 날 사이에 저술하여, 1887년 11월에 『선악의 저편』과 마찬가지로 자비로 출간했다. 이 책은 『선악의 저편』의 내용을 보충하고 좀더 명료히 하기 위해 씌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 형식에서는 80년대 초의 아포리즘 작품보다는 오히려 70년대의 『반시대적 고찰』을 연상시킨다. 초기의 이 저작과 마찬가지로 『도덕 계보학』은 하나의 서론과 세 개의 논문이라는 논문 형식의 체계를 갖추어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부르크하르트에게 보내는 편지(1887년 11월 14일)에서 『도덕 계보학』이 ‘도덕사 연구’를 담고 있으나, “딱딱하고 소화하기 어려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거의 끊임없는 영감의 상태’ 속에서 씌어진 이 책은 “그것을 표현할 어떠한 언어나 전문 용어가 그때까지 없었던 극단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에, 니체는 “이 계보학을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논문들은 아마 표현과 의도와 놀라게 하는 수법에서 지금까지 씌어진 것 중 가장 섬뜩한 것이다”라고 『이 사람을 보라』에서 고백하고 있다. ‘소화하기 어려운 내용’, ‘극단적으로 어려운 문제들’, ‘가장 섬뜩한 것’을 전달하려는 니체는 따라서 특히 문체의 문제에 각별히 신경쓴 것처럼 보인다.

  니체는 이 책의 문체에 대해 여러 곳에서 계속해 언급하고 있다. 그는 이 저서의 “문체는 격렬하고 자극적이고, 정교함이 가득하며, 탄력 있고 다양한 색채로 차 있다”(1888년 8월 22일, 메타 폰 잘리스에게 보내는 편지)고 말한다. 또한 그는 『선악의 저편』의 서평을 쓴 비트만에게 보내는 편지(1888년 2월 4일)에서 『선악의 저편』이 “섬세한 중립적 태도와 머뭇거리며 앞으로 전진하는 움직임”의 속도로 씌어졌다면, 『도덕 계보학』은 빠르고 거친 음악적 속도로 저술했음을 밝히고 있다. 빠르고 거친 속도로 기술함으로써 ‘어마어마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고, 마침내 번개가 치듯 “두꺼운 구름 사이에서 하나의 새로운 진리가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3논문은 이와는 다소 다른 색조로 구성되어 있다. 즉 마지막을 장식하며 다시 반복되는 ‘피날레’와 ‘론도’의 형식으로 더욱 대담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니체는 말한다.

  니체는 이 3개의 논문 외에도 지속적으로 후속 작업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정신착란으로 인해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 무리본능의 심리학 같은 내용들이 더 구상되고 있었던 것 같다. 1888년 1월 4일 오버벡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러한 구상의 일단이 나타나 있다. “세 개의 논문은 각각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시작하고 있다. 제4논문, 제5논문과 가장 중요한 내용(‘무리본능’)이 빠졌다. 이와 같은 것은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배제되었다.” 어떻게 보면 미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저서는 그러나 그 내용에서는 이미 완결된 구성을 지니고 있다.

니체의 계보학적 문제제기
  도덕에 대한 니체의 계보학이 철학사에서 차지하는 독창성은 2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의식에 현전하는 특정한 도덕(들)은 그것을 발생시키는 ‘도덕의 기원(들)’을 은폐ㆍ왜곡하는 동시에 어렴풋이 드러내는 일종의 징후이다. 둘째, ‘도덕의 기원’ 내지 도덕의 이면성에 대한 계보학적 인식을 지녀야 비로소, 이 징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온전한 해독(解讀)이 가능하다. 이 두 가지 사유를 진전시키기 위해 니체는 도덕에 대해 다음의 계보학적 물음들을 던진다. 도덕은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어떤 힘들에 의해 현재의 의미와 가치로 나의 의식에 현전하게 되었는가, 인간은 어떤 조건 하에서 선과 악이라는 가치판단을 생각해냈으며, 그 가치판단들 자체의 가치는 무엇인가, 도덕은 ‘누구’에 의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형성되었는가, 인간의 성격과 행동들에 대해 일일이 도덕적 관점과 관념으로 판단평가하는 것은 지금까지 인간성의 발달을 촉진하였는가 아니면 저지해 왔는가, 도덕적 가치판단이 인간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정신활동으로 부각되어 온 것은, 인간 삶이 힘들고 빈곤했다는 징후인가 아니면 넘치는 힘과 용기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징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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