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다이제스트


  맹자가 양혜왕을 접견했다. 왕이 말했다. “선생처럼 고명한 분이 천리 길을 멀다하지 않으시고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이익이 있겠지요?”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만 말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으로는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만약 한 나라의 왕이 ‘어떻게 하면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그 아래에 있는 대부는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선비와 서민들은 ‘어떻게 하면 내 한 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처럼 위아래가 다투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면 나라는 위태로워집니다.

  만승의 부유함을 지닌 나라에서 그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천승의 부유함을 지닌 가문에서 나오게 마련이고, 천승의 부유함을 지닌 나라에서 그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백승의 부유함을 지닌 가문에서 나오게 마련입니다.

  임금이 지닌 만승의 부유함 중에서 천승의 부유함을 봉록으로 받거나 임금이 지닌 천승의 부유함 중에서 백승의 부유함을 봉록으로 받았다면 결코 적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만약 의리를 뒤로 돌리고 이익을 앞세운다면 더 많은 것을 빼앗지 않고는 만족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됨이 어진데도 자기 어버이를 버리거나, 의로운데도 자기 임금을 경시하는 자는 없습니다. 왕께서는 인의를 말씀하셔야지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 말씀하십니까?”

  맹자가 말했다.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어찌 갑옷을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않겠는가? 그러나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해치지 못할까 걱정하고, 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해칠까 걱정한다. 무당과 관을 짜는 목수의 경우도 역시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의 선택은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께서는 ‘인에 머무는 것이 좋다. 스스로 선택함에 인에 머물지 않는다면 어떻게 지혜롭다 하겠는가?’라고 했다. 인이라는 것은 하늘이 내린 높은 벼슬이고 사람의 편안한 집이다. 누가 그렇게 하는 것을 막지도 않는데 어질게 행동하지 않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이다.

  어질지 않고 지혜롭지 않고 예가 없고 의가 없으면 남에게 부림을 당한다. 남에게 부림을 당하면서도 부림을 당하는 것을 수치스러워하는 것은, 활을 만드는 사람이 활 만드는 것을 수치스러워하고 화살 만드는 사람이 화살 만드는 것을 수치스러워하는 것과 같다. 만일 수치스러워한다면 인을 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인을 행하는 사람은 활쏘기 하는 사람과 같다. 활을 쏘는 사람은 먼저 몸을 바르게 한 후에 화살을 발사한다. 설령 발사해서 명중시키지 못해도, 자기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에게 돌이켜 반성할 뿐이다.”
 
  맹자가 말했다.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보다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 사이의 화합보다 못하다. 내성의 둘레가 3리이고 외성의 둘레가 7리인 작은 성을 포위하여 공격해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포위하여 공격할 때에는 반드시 유리한 하늘의 때를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기지 못한 것은 하늘의 때가 땅의 이로움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성이 높지 않은 것이 아니고 방어용 수로가 깊지 않은 것이 아니며, 병기가 견고하고 예리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군량이 많지 않은 것이 아닌데도, 성을 포기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땅의 이로움이 사람 사이의 화합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백성들의 이동을 제한할 때 영토의 경계에만 의지하여 제한해서는 안 되고, 나라를 굳게 방어할 때 험난한 산과 계곡에만 의존하여 방어해서는 안 되며, 천하에 위엄을 행사할 때 예리한 병기만 믿고 위엄을 보여서는 안 된다. 어진 정치의 도를 얻은 사람에게는 도와주는 자가 많고 어진 정치의 도를 잃은 사람에게는 도와주는 자가 적은 법이다.”

  등나라의 문공이 세자로 있을 때, 초나라에 가다가 송나라를 지나면서 맹자를 만났다. 그 때 맹자는 문공에게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을 말했는데, 말할 때마다 요임금과 순임금을 거론했다. 세자가 초나라에서 돌아오다가 다시 맹자를 만났다. 맹자가 말했다.

  “세자께서는 제 말을 의심합니까? 무릇 길은 하나일 뿐입니다. 성간이라는 사람은 제나라 경공에게 ‘성인도 사나이이고 나도 사나이인데, 내가 무엇 때문에 성인을 두려워하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안연은 ‘순임금은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순임금과 같아질 것이다’고 했습니다. 노나라의 현자인 공명의는 ‘주공께서는 ‘문왕은 나의 스승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주공께서 어찌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셨겠는가?’라고 했습니다.

  지금 등나라는 긴 곳을 잘라 내어 짧은 곳에 보태어도, 크기가 대략 사방 각 50리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이지만, 잘 다스려지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서경󰡕에서 ‘약이라는 것은 먹고 나서 어찔어찔하지 않으면 그 병이 낫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생선 요리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이고 곰 발바닥 요리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이지만 2가지를 모두 먹을 수 없다면 나는 생선요리를 버리고 곰 발바닥요리를 택할 것이다.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고 도의도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2가지를 다 가질 수 없다면 나는 삶을 버리고 도의를 택할 것이다. 삶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삶보다 더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기에 구차하게 삶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죽음 역시 내가 싫어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있기에 환란을 피하지 않고 죽는 경우가 있다.

   만일 사람들이 삶보다 더 간절히 원하는 것이 없다면 삶을 얻을 수 있는 어떤 방법인들 쓰지 않겠는가? 만일 사람들이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없다면 환란을 피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인들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나에게 삶보다 더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살 수 있는데도 그 살 수 있는 방법을 쓰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나에게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환란을 피할 수 있는데도 그 환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쓰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에게는 삶보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으며,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있다. 오직 어진 사람만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어진 사람은 다만 그것을 잃지 않을 수 있을 뿐이다.”

  맹자가 말했다. “구하면 얻게 되고 내버려두면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에는 구하는 것이 얻는 데 유익한데, 그것은 구하려는 대상이 내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구하는 데 정해진 방법이 있고 얻는 것이 명에 달려 있는 경우에는 구한다 해도 얻는 데에 아무런 유익함이 없는데, 그것은 구하려는 대상이 내 자신의 밖에 있기 때문이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샤프슈터가 아들에게 쓰는 편지]돈, 정치, 경제 이야기 첫번째 - 일단 10억을(펀글)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다이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