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의 <의무론> 다이제스트
『의무론』은 키케로가 장차 정치가가 될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것으로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 또는 인간이 참되게 사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당대의 최고 지성으로 희랍 철학의 보급과 로마 철학 수립에 기여한 철학자, 산문가, 로마 공화정의 대표적 정치가였던 키케로가 45년 아테네로 유학간 그의 아들인 마르쿠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전체 3권으로 되어 있는데, 1권 ‘도덕적 선에 대하여'에서는 4가지 기본적인 덕인 지식․지혜․용기․인내에 대하여 논한다. 2권 '유익함에 대하여'에서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편리하고 유리한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3권 '도덕적 선과 유익함의 상충'에서는 도덕적 선과 유익함의 비교에 관해 논하고 있다.
기원전 2세기 로마가 카르타고를 무찌르고 세계를 재패하던 그 당시부터 로마인들은 '로마 시민'이자 '선량한 인간'을 인간 이상으로 간주하였고, 이 책은 그러한 시대적 인간상을 키케로가 자신의 아들에게 갈고 닦으라는 훈계서이다. 윤리적인 덕성들을 구비하는 선량함과 사회적 지위와 입신양명, 국가에 대한 공헌을 골고루 갖추는 고귀함이, 유려한 문장과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실례와 설득력 있는 언변으로 소개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실리적인 처세, 그리고 선량함과 실리적 처세가 충돌할 때 취할 판단 기준 같은, 고대 세계에서 로마인이 아니면 착안하지 못했을 문제도 다루고 있다. 서양인에게 가장 많이 읽힌 책 중의 하나이며 "도덕에 관한 최상의 책"(프레드릭 대왕)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헬레니즘 시대 스토아 학파의 윤리 사상을 상세하게 전해주고 있다. 명예와 부, 사랑과 돈, 정직과 편의 등 양자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2천여 년 전 로마의 공화정 시대의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 사이의 쟁점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로 갈등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 『의무론』의 구성과 의의, 영향
키케로가 카이사르 암살 이후에 쓴 『의무론』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유일하게 헬레니즘 시대, 특히 스토아 학파의 윤리 사상을 상세히 전해주는 책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서양인에게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하나로서 서양인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특히 페트라르카를 비롯한 르네상스 휴머니스트들은 키케로의 연구자 내지 찬양자들이었고, 근대 정치 사상가인 존 로크와 몽테스키외도 키케로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볼테르가 1771년 “아무도 이보다 더 현명하고 더 진실되며 더 유용한 어떤 것도 쓰지 못할 것이다. 이후로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거나 훈시하려는 야심을 가진 어떤 작가가 만약 키케로의 『의무론』보다 더 잘 쓰기를 원한다면 그 작가는 허풍선이이거나 아니면 그러한 책들은 모두 이 책의 모작이 될 것이다”라고 한 말이나, 프레데릭 대왕이 “지금까지 씌어졌거나 씌어질 수 있는 도덕에 관한 최상의 책”이라고 극찬한 말은 모두가 진실이다. 루소는 “선인이 되기 위해서는 키케로의 『의무론』을 알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그 말도 자신은 그 책을 읽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그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 등에서 이 책을 인용하고 있다. 토마스 제퍼슨은 1776년의 미국 독립 선언문에 키케로의 자연법 사상과 인간의 불가양도의 권리들을 삽입할 만큼 키케로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였고, 칸트는 그의 윤리학을 어떤 그리스 철학, 특히 플라톤에게서는 전혀 배우지 않았고 오직 키케로의 저작들, 특히 이 책에서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비스마르크가 정치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은 꼭 이 책을 읽으라고 강조했듯이, 이것은 키케로가 장차 정치가가 될 그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친히 써준 정치가론적 성격의 책이므로 충분히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기원전 44년 3월 15일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키케로는 카이사르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와 제휴하면서 카이사르파인 안토니우스를 공격, 로마 공화국을 최후로 기사 회생시키려는 정치 투쟁을 벌인다. 그 와중에서 그가 아테네에서 유학하고 있는 아들에게 서간문 형식으로 쓴 글이 바로 『의무론』인데, 여기서 의무는 현대적인 권리와 의무의 그런 의무도 포함하여 인간이 인간으로서 해야 될 도리 또는 인간이 참되게 사는 길을 뜻하므로 대체로 윤리 실천 강령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의무론』은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의 주제는 도덕적 선(honestim)으로 여기에 속하는 4가지 기본적인 덕인 지식(知識) 또는 지혜(智慧), 정의(正義), 용기(勇氣), 인내(忍耐)에 대해 논하고 있으며, 제2권은 유익함(utilitas)이라는 주제 아래 인간이 살아가는 데 편리하고 유리한 것들을 논하고, 제3권은 도덕적 선과 유익함의 비교에 관해 쓰고 있다. 사실 명예와 부, 사랑과 돈, 정직과 편의 등 양자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2천여 년 전의 로마 공화정 시대의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 사이의 쟁점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상 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 스토아학파 (Stoicism)
스토아학파
키프로스의 제논이 스토아 포이킬레에 창설한 철학의 한 유파를 말한다. BC 3세기부터 로마 제정(帝政) 말에 이르는 후기 고대를 대표한다. 제논이 아테네의 광장에 있던 공회당 ‘채색주랑’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그 제자들을 ‘스토아파’(주랑의 사람들이라는 뜻)라고 불렀다. 스토아파 철학은 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고전기 그리스를 대표하는 여러 나라의 좋은 가문 출신 사람들의 철학이 아니라, 변경 사람이나 이국인의 철학이었으며, 그리스 문물이 좁은 도시국가의 틀을 넘어서 널리 지중해 연안의 여러 지방에 영향을 미친 헬레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이었다. 자연관에 있어서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와 변화에 관한 형이상학을 바탕으로 하면서 윤리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특히 퀴닉 학파의 영향을 받았다.
스토아 철학의 전개과정은 세 시기로 나누어진다. 초기는 BC 3세기경으로 대표자는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인 제논(336∼264 BC), 그의 제자인 클레안테스, 크리시포스이고 중기는 BC 2세기경에 해당하는 시기로 이 때 활동한 사람은 키케로가 있다. 후기는 AD 1세기 로마시대에 해당하며, 대표적인 인물로는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이 있다.
유물론과 범신론적인 세계관
스토아 철학자들의 자연세계에 관한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낙관주의적이며 형이상학의 내용은 유신론과 유물론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한 사상들이 교묘히 결합된 범신론이다. 그들이 생각한 우주의 참모습은 자연의 이법(理法)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잘 조화되어 변화하는 코스모스로 파악하였다. 우주는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시간 속에서 발생했고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끝없는 세계이다. 자연 속의 사물들은 공기, 물, 흙, 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근원적인 요소는 불이다. 불은 물질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영원히 생동하는 신적 원리, 즉 로고스(logos)로서 세계의 모든 존재 속에 스며 있는 세계 영혼이다. 자체로 완전하고 영원하며 질서정연한 물질적인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보편적 이성은 곧 신이라고도 불리운다. 프네우마, 예견, 운명도 신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러한 사상에서 스토아철학은 신, 즉 자연이라는 범신론적인 주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관과 윤리학 - 이성주의와 금욕주의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성의 법칙에 의해 운행하는 자연에 대한 사고와 다르게 인간과 삶에 대하여는 비관주의적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은 신적 이성이 지배하는 자연속에서 이성을 공유하고 있는 점에서 신의 일부이다. 소우주에 해당하는 인간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이성법칙에 따라야만 인간의 타고난 자연적인 본성에 부합된다. 이성적 영혼이 인간을 지배할 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롭고 행복하다. 이성은 인간으로 하여금 비이성적인 부분, 즉 감정, 욕구, 정념을 지배케 함으로써 자연법에 일치시키고 인간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알맞은 의무를 드러내고 실천하게 만듦으로써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삶의 최고 목표는 실천적 덕이다. 덕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며, 일체의 존재에 대한 지혜로운 통찰과 동일한 것이다. 행복이 목표가 아니라 덕을 목표로 삼을 때 행복은 달성된다.’
이러한 이성에 투철하고자 하는 철학은 헬레니즘이란 무대배경을 통하여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성적인 자연세계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이성법칙에 따라 조화를 이루는 결정론적인 세계이다. 이와 반대로 인간세계는 전쟁과 패배, 불행과 고통으로 점철되는 무질서의 세계이다. 더 이상 인간은 일상적인 행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세속적인 성공과 행복의 성취는 우리의 능력 밖에 머문다. 따라서 스토아학파에서 말하는 행복은 능력의 발휘보다는 인간의 욕구를 억제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혼돈의 세계 속에서도 인간은 이성에 따라 통찰하고 운명을 감수하며, 의지의 힘으로 현실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자유롭게 유지할 수 있다. 삶의 목적은 오로지 이성에 의한 냉담한 부동심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는 육체적인 욕구, 충동, 정서로부터 해방된 자유이며 인간영혼의 덕인 것이다. 스토아 철학 초기의 비관적이고 숙명론적인 성격은 로마시대에 접어들면서 건실한 로마의 정신으로 변모하여 사회에 대한 엄격한 의무감, 동포애, 윤리적인 사명감을 대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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